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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가짜 사랑만 하는 요즘 것들’
- 조승진
- 조회 : 1167
- 등록일 : 2018-09-25
‘가짜 사랑만 하는 요즘 것들’ | ||||||||||||
[글케치북] 추석에 딸아이와 나눈 대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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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표현이 서툴렀을 뿐 누구보다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채워주지는 못했지만 배우고 싶다는 건 무리해서라도 하게 해줬다. 여느 직장인처럼 굴욕적인 일에 때려치우고 싶은 날이 많았다. 그래도 버텨온 건 딸 때문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던 걸까? 딸아이는 크게 속 썩이는 일 없이 커 줬다.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오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간 딸은 내 큰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그런 딸아이가 내게 배신을 안겼다. 나이가 차도 결혼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아 은근히 걱정스러웠지만 만나는 사람이 있다길래 기다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결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겠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인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혼자 산다는 걸까? “아빠, 우리 둘 다 비혼주의자야.” 딸은 결혼은 선택이라며 남자친구와도 합의했다고 한다. “걔 말고 다른 애 만나봐,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서 결혼 생각이 안 드는 걸 수도 있어.” 침착하게 말했지만 딸은 요지부동이었다. “아이, 그게 아니라니까. 나 지금 남자친구 진짜 사랑해, 그래도 우리 결혼 안 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본능이다. 그렇기에 평생 함께하는 걸 약속하는 결혼을 사랑의 결실이라 표현하지 않는가. 그런데 딸은 진짜 사랑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니! 여자한테 손해뿐인 제도라며 되레 큰소리친다. “결혼한 친구들 보면 하나도 안 행복해 보여. 직장은 똑같이 다니는데 남편은 집안일 돕는다고 생각한대. 따지고 보면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해야 되는 거 아냐? 시댁 스트레스도 장난 아닌가 봐. 이제 곧 명절인데 휴일 길다고 시댁에 오래 있어야 한대. 걔들은 벌써 명절 얘기만 나오면 힘들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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