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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 왼쪽은 서왕모와 동왕공. 후한(25∼220년) 화상석. ⓒ 서안 비림박물관 |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우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 6·25친북 부역혐의 20년 형의 낙인이 깊게 찍힌 노천명이 1938년 쓴 ‘장날’이다. 추석을 앞둔 시골 정서를 이리도 가슴 찡하게 묘사한 시에 어깃장을 놓으면 억지스럽다. 고향 내음 가득 묻어나는 정겨운 시어는 나무랄 구석이 없다. 아스라한 달빛 쏟아지는 툇마루에 앉아 송편 빚으시던 어머니, 굴비에 옥춘팔보 어물 보따리 메고 대목 장날 골목 어귀 들어서시던 아버지. 부모님 얼굴부터 이슬 너머로 뿌옇게 눈에 밟히는 추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구 문화에 밀려 고유 명절의 의미는 날로 희미해지지만, 아직도 추석은 한국인의 가슴에 사람의 향기를 불어넣는다. 고향, 어머니, 그리움…. 그 무엇을 찾아 한국인은 또 꽉 막힌 도로를 마다 않고 고향길에 오른다. 한국인 정서의 밑바탕을 그려내는 한가위 보름달 속 토끼의 떡방아, 송편 찌는 떡시루 풍속의 원형을 찾아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