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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산동네 청춘이 간첩을 만나면
- 김민지
- 조회 : 936
- 등록일 : 2016-01-13
산동네 청춘이 간첩을 만나면 | ||||||
[씨네토크] 문제적 감독 이상우의 여덟번째 작품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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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이제는 식상해진 단어. 지옥 같은 현실은 그나마 현실 같은 지옥으로 바꿔 불러야 버틸 것 같다. 누군가 "한강 수온을 재러 가자"고 말한다. 갑자기 한강에 관심이 생겼다거나, 강물이 언제쯤 얼기 시작할지 궁금해서가 아니다. ‘일이 잘 안 돼가니 자살해도 좋을지 확인하자’는 말이다. 지옥과 자살이 현실을 대변한다. 풍요와 안락을 꿈꾸기란 몽상일 뿐, ‘불행배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불행하다. 이상우 감독의 여덟 번째 작품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는 유황불이 날름거리는 헬조선을 제3자의 눈으로 그렸다. 얼마나 남한이 안타까우냐며 우리 처지를 동정하는 간첩의 시선이라니. “남한이든, 대한민국이든 나한텐 다 X같아요!” 18세 북성(김영건 분)은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태식’과 싸우고 나서 ‘태식’이 요구한 돈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식’은 북성의 담임선생 이름이다. 북성은 벽돌로 지었지만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단칸방에 산다. 아버지, 그리고 정신지체가 있는 형 북남(김영훈 분)과 함께다. 형은 북성의 전부다. 아프고 모자란 형을 지키느라 북성은 산 아래 번화가로 아르바이트하러 가지 못할 정도다.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이 일과다. 방구석에 쭈그려 앉은 북남을 가끔씩 발로 찬다. 북성에게는 지금까지 키워줬으니 돈을 벌어오라고 강요한다. 비좁은 집구석에서 북성은 갑갑하지만, 형을 돌보며 살아간다. |